더디오의 편지

2014. 12. 8. 17:51
참고. 본 편지글은 로마서를 대필한 더디오가 로마교회 공동체의 교우들에게 보낸 편지를 ‘가상’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더디오에 대한 연구결과로써는 마땅히 밝혀진 바가 없으며, 단지 로마서 16장 22절에 대필자로써 짧게 언급되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더디오와 관련된 모든 내용은 필자의 상상을 바탕으로 꾸며진 내용임을 밝힙니다.

 

반갑습니다. 로마교회 공동체의 교우 여러분들, 이렇게 지면으로라도 만나뵈니 너무 기쁩니다. 우리들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한다는 사실, 그 사실로부터 율법과 성전을 비롯한 신앙 전통들을 새롭게 해석해왔습니다. 따라서 헬라인인 여러분들에 대하여 아무런 조건 없이 환대를 베풀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뜻이요, 예수그리스도의 순종이 우리게 요구한 바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의 이런 류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적 삶은 다른 강경파 유대인들로부터 많은 반발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반발은 결국 우리들 사이에서의 물리적 분쟁으로 이어졌고, 글라우디스 황제를 비롯한 로마의 위정자들은 이러한 사태에 심각하게 반응하여 모든 유대인들을 로마로부터 추방시켰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는 몇 년째 이렇게 편지로만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교우분들의 '신앙의 모습'은 그레코로만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마치 안디옥 교회 공동체 교우분들의 좋은 소문들이 퍼지던 나날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신앙적 삶이 널리 알려질수록, 계속적으로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여러분들의 정체성이 뜨거운 감자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정말 하나님의 백성인가?’라는 문제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전한 복음은 여러분에게 할례도, 절기에의 준수도, 어떠한 율법규례에 대한 문자적 순종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성령을 따르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그리스도에의 헌신을 요구했습니다. 그랬기에 그리스도를 ''라 고백하지 않고있는 유대인들의 대부분, 특별히 강경파 유대인들은 여러분들이 절대 하나님의 백성일 수 없으며, 회당에 출입하는 일을 금지시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미 아시겠지만 저의 스승님은 바울 선생님입니다. 바울 선생님은 이와 같은 일을 겪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갈라디아 교회 공동체에서의 일입니다. 갈라디아 교회 공동체에서는 성령을 따라 그리스도에의 헌신을 실천하던 이방인들과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유대인들이 모인, 아름다운 공동체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시기한 강경파 유대인들은 야고보에게서 온 이들로 참칭하여 사람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 그리스도인의 머리라 할 수 있는 베드로 사도를 비롯한, 많은 유대인 그리스도인들로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을 교회 공동체 식탁에서 배제하게끔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로,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교회 공동체 전체가 와해되어 버렸습니다. 바울 선생님께서는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고, 여러 방법을 강구했지만 베드로 사도의 실수를 기점으로 분출된 헬라인들과 유대인들의 상호적인 반목감정은 도저히 막아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바울 선생님은 종종 여러분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혹여나 훗날에 유대인들이 돌아오게 되면, 여러분들의 교회 공동체가 갈라디아 교회 공동체처럼 분열되지나 않을까, 그때처럼 유대인들과 헬라인 사이에의 묵혀진 반목감정들이 터지지는 않을까라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슬며시 얘기하곤 합니다.

 

믿을만한 이들로부터 얻은 소식통에 의하면, 유대인들에게 추방령을 내렸던 글라디우스 황제는 지병으로 인하여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글라디우스 황제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다시 한 번 유대인들이 그대들이 있는 로마로 귀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여러분들의 밖에서 활발한 논쟁이 로마 안에서 다시 한 번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는 바울 선생님의 걱정에 마음 깊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갈라디아 사태와 같은 심각한 분열을 막아낼 수 있을지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방법이 있다면 유대인들이 여러분들의 정체성을 흔들면서 인용하는 수많은 성경(필자 주: 여기서의 성경은 구약성경을 지칭한다.)의 이야기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읽어내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들이 흔히 인용하는 것처럼 유대인 중심으로 성경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을 비롯한 '모든 인류를 위한 차별 없는 하나님의 계획''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을 중심으로 읽어내는 방법일 것입니다.

 

사실 유대인들이 흔히 인용하는, 유대인 중심의 성경독법은 오랫동안 다져진 전통입니다. 마카비 전쟁(필자 주: 기원전 166년에 일어난 유대의 독립전쟁으로써, 유대인들의 급속한 헬라화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일어난 독립전쟁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 대하여 쓰여진 마카비 전서와 후서는 가톨릭에서 제 2정경으로 취급받고 있다.)을 기점으로 이방인 세계, 특별히 헬라인들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왔고, 또 한편으로는 헬라문화에 동참하는 동족들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오던 그들은 이방인을 경멸하는 방식으로, 또한 유대인이야말로 세계의 중심이라 상정하는 방식으로 성경을 읽어왔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대응하려면 전혀 새로운 대안적 성경해석방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에 합당한 인물은 뭐니 뭐니 해도 제가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는 바울 선생님일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실 것입니다. 저희 바울 선생님은 바리새인 중의 바리새인이었습니다. 가말리엘 문하에서 교육을 받았었고, 한때는 스데반의 죽음을 마땅히 생각하며 온갖 교회를 핍박할 정도로 유대인 중심의 성경 읽기방식으로 성경을 읽고, 읽은대로 살아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울 선생님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이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경을 읽어왔습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방인과 유대인의 차별이 없이, 아무런 조건과 자격을 요구하지 않고 당신의 백성으로 받아주시게 만들었던 하나님의 계획, '예수그리스도의 순종'을 중심으로 성경을 읽어온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바울 선생님께 여러분들을 위한 변호편지를 쓸 것을 권고해드리고 있습니다. 아마 바울 선생님께서 저의 요구를 승낙하셔서, 여러분들을 위한 변호편지’, 이방인과 유대인이 차별 없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는, '예수그리스도의 순종' 을 중심으로 성경을 새롭게 읽어낸 편지가 작성된다면, 아마 그때에는 분명 여러분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어떤 유대인 그리스도인들도 강경파 유대인들의 간계에 유혹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에게서만큼은 절대 갈라디아 사태와 같은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울 선생님이 망설이는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들의 공동체가 바울 선생님이 세운 공동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바울 선생님은 자신이 세우지 않는 공동체에는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뜻이 없다는 원칙을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그렇기에 선생님은 여러분들을 위한 변호편지의 작성을 고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설득의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바울 선생님이 모든 이방인들’, 특별히 바리새인 시절에 그토록 괄시하던 헬라인들에 대하여 빚진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세운 공동체가 아니기에 망설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에게도 동일한 빚진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에 바울 선생님이 '하나님께 거룩'이라는 이름으로 여러분을, 그리고 여러분의 형제자매와 부모님을 경멸하고, 괄시해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지속적으로 바울 선생님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유대인의 귀환시점 이전에, 혹은 그와 비슷한 시기에 여러분들을 위한 변호편지가 집필되고, 여러분에게 배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대인들의 귀환과 함께 유대인들로 인하여 온갖 환난을 겪게 될 여러분들이 걱정됩니다. 하지만 바울 선생님께서 편지를 통해 친히 여러분의 변호인이 되어준다면, 혹여나 그렇지 않더라도 하나님께서 예측할 수 없는 은혜로 여러분을 지켜주신다면, 우리는 갈라디아 사태와 같은 참극을 맞이하지 않고, 유대인과 이방인이 차별 없이 하나가 되어, 육신이 되어 우리를 찾아오신 그리스도 예수를 섬기는,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계속적으로 일궈갈 수 있을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모두 귀환할 지라도 말입니다.

 

사실 저는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 떠난 그 자리에서, 자립적으로 로마 교회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며 작은 '소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유대인들이 헬라인들에게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헬라인들도 우리 완악한 유대인 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유대인과 헬라인의 구별 없이, 모두가 그리스도의 종이 되어서, 죄와 사탄의 종이 된 세상나라의 포로들을 구원할 그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때를 대비해서 견뎌내고, 또 우리를 와해시키려는 모든 음모에 대해 싸워 이겨내야 합니다.

 

곧 환난의 시점이 눈 앞에 다가오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힘을 냅시다. 함께 기도하며 하늘 보좌 우편에 앉아계신 중보자 그리스도 예수를 바라봅시다. 바로 거기에, 우리에게 닥쳐올 온갖 환난에 대한 승리가 보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할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만 글을 줄이고자 합니다. 사실 저의 만 마디의 말보다는, 바울 선생님께서 새로운 방식으로 성경을 읽어내신, 헬라인인 여러분들을 위한 변호편지가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다음에는 꼭 바울 선생님의 '변호편지'가 여러분에게 전달되도록 제가 성심껏 노력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울 선생님께서 매번 외치시는 신앙 고백으로 본 편지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모두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한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아멘.